Lest we die unbloomed.

너는 어쩜 이리도 깊이 남아 나를 여즉 괴롭히는지. 너의 숨은 왜 아직도 내 곁에 따듯하게 존재하는지. 너의 손길이 닿은 것들은 왜 이리도 생생하게 느껴지는지. 너의 말을 왜 아직도 그리 고와 어느 때든 나를 주저앉게 만드는지. 너의 흔적은 왜 여즉 나를 울게 만드는지.

기력이 없다. 아주 무기력하다. 그냥 다 놓고 도망치고 싶다. 어쩌면 나의 죽음이 보답일지도 모르겠다.

옆에 있던 정우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일어나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연화를 보고 얘기했다. 저 라이터 좀 사 올게요. 그때 멍하니 있던 연화가 뒤늦게 ‘잠깐만’ 하고는 가려던 정우를 불러 세웠다. 그리고는 자켓 주머니를 뒤지더니 일회용 라이터를 꺼낸 후 바로 휠을 돌려 불을 켰다. 그걸 보고 있던 정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물었다. 언니 비흡연자 아니에요...

07 :

우리 사이에는 정적이 맴돌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. 도원과 함께 있으면 늘 편한 것 같다. 오래 본 사람처럼. 꼭 만나야했던 그런 사람처럼. 기다렸던 버스가 오자 도원과 나는 일어나 버스에 올라탔다. 보통 혼자거나 늘 새봄이 앉았던 옆자리에 도원이 있는 게 꽤 새로웠다. 가까이에 앉아있으니 이 자리에서는 왠지 어색해진 기분이었다. 역시 너무 가깝다는 생각이 ...

01

우리의 첫 만남은 대화였다. 서로의 이름도, 나이도, 그 어느 것도 몰랐다. 서로의 기본적인 정보는 없었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. 서로를 의지하고, 일상을 공유하고 그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기에는 충분했다. 그리고 그 사람은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. 우리는 많은 순간을 함께 했고,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. 우리는 우리가 ...

06 : closer

내 옆에는 또 다른 친구 두 명이 생겼다.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. 나의 겨울도 끝이 오는 것만 같다. 그렇게 믿기로 했다. 꽤나 피곤한 주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에너지 넘치는 것 같다. 새봄과 나, 늘 둘이 함께한 주말에는 늘어지는 오후를 못 버티고 둘 다 꾸벅꾸벅 졸거나 아예 낮잠을 자곤 했는데 오늘은 웃음이 많다. 오후가 깊어지자 우리는 영화를 보기로 ...